편안한 하루 2008. 10. 1. 23:34

사제지간

대학을 보면 어느 과나 전설같은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Walking Crosby(우리과 전공책) 그의 별명이다. 그는 교수가 되어 한참 잘 나가던 시절 홀연이 학교를 떠났다.

경제적인 이유였다지. 그렇게 떠났던 그는 과 모임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지냈는데,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갔단다. 그리고 수년, 그 동안 공부한 걸 갖고 돌아와 옛 교수들과 후배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하도 전설같은 얘기가 많던 분이라 호기심이 발동해서 강의 참석을 했다.

그가 강의 준비를 하고있는데 80이 되신 은퇴 교수님이 들어서셨다. 그의 은사이시다. 그는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다가가

"죄인 입니다"하며 노교수의 손을 잡았다. 강의가 끝나고 식사자리로 이동하는데 맨 뒤에서 그가 몸도 불편한

은사를 모시고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할까? "자네 미국 학회에도 발표 해야지?" "네"

"내용을 잘 전달해야해 자신있고 유창하게 해야해. 영어는 잘하나?" "아직도 미흡합니다"

"그럼 지금 부터라도 회화 레슨을 받게. " "네"

그들은 자리가 끝날 때까지 떨어지지 않고 앉아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대답은 계속 "네" "네 그러겠습니다"였다.

'편안한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 구경  (0) 2008.10.03
남매  (2) 2008.10.03
두물머리 (R-D1s)  (0) 2008.09.28
두물머리 (350d)  (0) 2008.09.28
가을 정류장 앞에서  (0) 200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