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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10. 6. 11. 16:27
기억
친구가 하는커피집이 있다.'커피볶는부엌' 말 그대로 부엌을 차려 놓고 진한 핸드 드립 커피를 내어준다.
그 친구에겐 좀 미안하지만 손님이 많지않은 한가로움이 좋다.
커피집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한 구석에서 책도 보고, 이런 게으름을 얻기가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다 내가 그친구를 처음 알게 되었던 모습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고1, 나와는 다른 반이었던 그 아이가 교내 문학행사에서 현진건의'무영탑'을 읽은 독후감을 발표하던 장면.
왜 그랬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인상에 남았고 나중에 2학년 때 한 반이 되면서 인연이 되었다.
나에겐 너무 또렷한 기억인데 이 친구 한참을 생각하다 그런일이 있었다며 웃는다. 아주 잊어 버렸던 옛일인듯.
그러면서 그가 기억하는 내 모습을 이야기했다.
15년정도 전에 병원으로 날 찾아온 적이 있었단다. 응급수술중이라 한참을 기다렸다가 만났는데 점심을 못 먹었다며
순두부백반을 시켜 허겁지겁 먹으며 하는 말이 "뇌가 꼭 두부같아' 그랬단다. 뇌를 수술하는 나야 흔하게 하는 말이지만
순두부를 먹으며 그런 말을하는 내 모습이 기억에 남는단다. 아----! 전혀 기억이 안난다.
얼마나 많은 나도 잊어버린 내 옛 모습들이 다른이의 기억속에 남아 있을까?
그것참 겁나는 일이네.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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