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하루 2008. 6. 17. 21:14

딸이야기



세째 딸 이야기입니다.

어려서부터 일기를 쓰라고하면 쉽게 한 장을 채우는 아이입니다.

사물이나 상황을 보는 시선도 독특하여 글을 쓰면 선생님 칭찬도 잘 받고 때론 상도 받아오곤 했습니다.

이 아이는 언어에 타고난 탈랜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속물스런 우리 부부는 그래서 국어 시험도 잘 볼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국어 점수가 잘 안나옵니다. 그래서 무얼 틀렸는지 보았습니다.

너무나 쉬운 그리고 당연한 답을 틀렸더군요.

어이없어하며 왜 이런 실수를 했느냐고 이건 실수일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며 야단을 쳤습니다.

아이는 자기 생각에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다른 답을 썼는데 자기가 쓴 답이 왜 틀리냐고 했습니다.

그럴듯 했습니다 아! 이건 틀렸다고 볼 수 없는 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시험은 잘 보아야하고.

그래서 학원 선생님은 이 아이에게 남들처럼 생각하고 답을쓰라고 가르쳤답니다.

그리고 아이는 이번 시험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한 편 기쁘고 한편으론 아이의 남다름을 꺾어버린것 같아 이게 옳은가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시험이 다가오니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험 볼때 너무 깊게 생각말고 네가 답인 것 같은 것 중 평이한 쪽을 답으로 택해라"라고 말입니다.

우리 딸은 "네. 그렇게 해요. 근데요... 깊이 생각하면 예문중에 옳은 답이 하나도 없어요"

하하 이 녀석은 아직도 꺾이지 않고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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