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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10. 1. 22. 10:33
내게 기쁨을 주는 딸
내 딸아
사는게 좀 그렇지? 열심히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네.
너 참 열심히 했어. 그래서 큰 희망을 가졌고 너나 우리 모두 조금 교만해질 정도로 으쓱거리는 점도 있었지.
그것도 우리에겐 큰 즐거움이었단다.
근데 입시라는게 어찌보면 불합리하고 이게 뭔가할정도로 혼돈스럽더구나.
19살도 안된 아이들이 겪기엔 너무 변수도 많고 도박성이 많은, 그래서 어른 조차도 따라가기
힘든제도를 너희에게 하라고 하다니....
하여튼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우리는 실패를 한 것 같구나.
그런데 우리 집은 그렇게 분위기가 침울하지 않아서 남들이 이상하게 여길정도란다.
여전히 웃고 떠들고 먹고... 살짝 너를 구박하기도 하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너의 덕분이야.
발표를 알려주는 아빠 앞에서 너무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네 모습에 놀랐단다.
거기에다 "엄마가 실망이 많을텐데..."하며 엄마 걱정까지 하는 널 보고는 우리가 딸 하나는잘 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이번에 쉽게 합격해서 그냥 즐거웠다면, 그건 지금 너에 대한 든든한 행복감보다는 좀 가벼운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어려운 시간을 조금 더 가져야하는 너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정말 좋은 딸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해줘서
고맙고 고맙다.
그리고 그런 너는 나중에 정말 좋은 어른이 될거라고 믿어.
사랑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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