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하루 2010. 2. 11. 11:17

참 힘든 날 이었습니다

둘째의 대입이 끝나 가고 있었습니다.

어제가 추가 합격의 가장 분수령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포기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속으로 숨기고 있었죠.

아이도 아내도 서로 말을 안할 뿐 같은 마음 이었을겁니다.

결과를 묻는 남들에겐 대범한척 이미 재수학원 등록했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불면증이란걸 이해 못하던 나였지만, 밤새 뒤척이며 초조 했습니다.

이런 날은 좀 차분히 그리고 경건히 결과를 기다리고 싶었습니다.

출근길 운전 중에, 장모님이 퇴원하는데 어떻게 .....하는 아내의 전화에도 짜증을 부리며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미국에서 모처럼오는 조카의 소식을 알리는 누나의 이메일에도 시큰둥 했습니다.

기운이없으시다며 약을 부탁하시는 엄마에게도에이- 정신 없는데 하필 오늘......

내일 모이기로 한 친구들의 확인 전화는 왜 자꾸오며, 직원들의 보고는 뭐 그리 많은지

발표 시간이 다가 올수록 당연히 초조감도 더 해갔습니다.

예상대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런 예상은 어긋나도 괜찮을텐데..

아------- 올 해 우리의 입시는 진짜 끝났구나.

몇 달을 어쩌면 지난 3년을 진을 다 빼고 결국 이렇게 끝났구나.

사람이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때와 그마저 없어졌을 때의 차이는 참 확연하더군요.

도저히 일도 안되고 그냥 퇴근을 했습니다.

퇴근 길 찻속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와.

.....없더군요. 내가 위로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체면따윈 상관없이 온전히 내가 위로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없더군요.

글쎄 이런 때 신을 믿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딸을 데리고 아내와 셋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막걸리도 한잔씩 하며.

순간순간 눈이 촉촉해지는 아이, 이야기 도중 멈칫 서로 얘기가 중단되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여러번 웃고 놀리고 고3 최후의 만찬이라며 낄낄 대며 저녁을 지냈습니다.

또 다시 어려운한 해를 시작하는 딸에게 온 마음을 다해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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