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하루 2009. 3. 30. 21:03

결혼 20년 선물

어느새20년을 함께 살았다. 별 탈없이 애 낳고 이만큼 살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20년을 거의 항상 함께한것이 또 있는데 바로 우리 결혼 시계이다.

예물 시계이니 제법 좋은거일텐데 전자시계처럼 정확하지가 않다.

그마저 요즘들어서는 더 오차가 많아져서짝퉁을 준거 아니냐며 서로 불평을하곤했다.

그래서...

이번 결혼 기념일에 시계를 함께 사기로 약속을 했다.

쇼핑하기로한 날 출근 준비중이었다. 아내는 신문에 난 명품 시계광고를 보며 "이거 예쁘네"했다.

얼핏보니 좋아보였다. 출근해서 가격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무슨 시계값이 이런가?

그러다가 그래도 이번엔 사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내 몰래 카메라 사려고 모아둔 돈을 헐어야 하지만 말이다.

토요일 오후 둘이서 백화점에 갔다. 가는 길에 시계 값을 말했더니 이 여자 2년쯤 있다가 환율 떨어지면 사자고한다.

나는 2년 동안 이 시계로 행복하면 그게 번거라며 사자고 했다. 백화점에 도착하여 아침에 말한 그 브랜드 매장으로

가서 물건을 보았다. 선전에서 보았던 것 보다 좀 초라하고 디자인도 너무 클래식 해보인단다.

그냥 사지 뭘 ......

그때부터 백화점 안에 있는 시계 집을 뱅뱅 몇 바퀴를 돌았다. 예쁘면 더 비싸고, 반짝 거리는 거 붙으면 더더 비싸고,

애들 장난감 같은데 뭐 그리 비싸며, 그 비싼 시계가 생활 방수만 된다며 수돗물에 막 씼으면 안된단다.

그렇게 지쳐갈 때쯤 우리가 이제껏 차고있던시계 매장이 눈에 띄었다. 무심히 들어가서 20년 전이나 별 변화 없는

시계 디자인을 보다 점원에게 여기서 수리도 되느냐고 물었다. 된단다. 겉모습까지 새것처럼 해준단다.

.......

우리는 둘다 얼른 시계를 풀어 맡겼다. 그리고 빈 손목으로 백화점을 나섰다.

대신 둘이 손을 꼭 잡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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