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하루 2008. 7. 17. 21:36

Double Bass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연주회 티켓이 생겼다. 아내는 좋아라 했지만 피곤한 평일밤에 공연을 보러 간다는게 즐겁지만

은 않은 일이다. 지난 번에 간 연주회에서 몹시 지겨웠던 기억도 있어서 애들에게 엄마와 가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

은 애들이 더 바쁜 세상아닌가. VIP석이고 가격 또한 만만치 않으니 아까워서 결국내가 가야했다. 가는 도중 티켓을

가져왔는지 허둥대며 찾는 아내를 보며 은근히 잃어버리고 왔길 그래서 저녁이나 먹고 돌아가기를 바라기도 했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고서야 연주자가 누구며 무슨 곡을 연주하는지 궁금해졌다.

Gewandhaus Orchesra,이름을 보니 독일에서 왔고, 연주곡은? Bach ? 절망이다. 난 정말 Bach가 졸립다. 지난번

연주회에 가서는 무대 마룻장 수를 세었었는데 오늘은 어찌 두시간을 보내나 싶었다.

연주가 시작되고 음악을 듣기보다는 무대위 여기 저기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체격이 큰

서양인 중에도 유난히 큰 몸집을 갖고 거기에 걸맞는 double bass를 턱하니 연주하는 머리가 벗겨진 사내였다.

현란한 바이올린 틈에서 플룻의 재잘거림 속에서 그의 소리는 귀로 들리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몸으로 울려오는듯

했다. 굳이 소리로 표현 한다면 붕--붕--.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아마도 이 극장에서 그 사람을 계속 보는이는 나밖에 없었으리라. 그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을

주인공 처럼 보는 관객이 있다는 것을. 그의 무심한 표정과 체념한듯한 몸 동작을 보아선 그런 시선을 받아본적이 없

으리라 생각했다. 그의 활은 움직이지만 그의 연주에 주목하는이는 없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는 무대 위에서 청중

이 알던 모르던모든 악기를 떠받치며 음악을 울려 주는 그 사람을 보며 나는 아버지를 느꼈다. 섬세하거나 다정하

지 못한 사람. 밖에서 바쁜 덕에 애들과 함께 어울리기 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소리 없는 사랑을마음으로만 표현하는

상의 많은 아버지들. 그의 모습이 그랬다.

연주가끝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본다. 얘들아! 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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