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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06. 7. 2. 11:08
도장 이야기
어릴적 아버지께서 갖고 계시던 도장중 제가가장 좋아하던 도장이 있었습니다.
이 도장은 아버지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의 도장이었습니다.
많이 낡았지만 가죽으로 만들어진 케이스를 열면 수정으로 만든 도장이 들어있습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의 이름을 지우고 당신의 이름을 새기셨노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장의 길이가 원래 케이스에 비해 조금 짧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 가시고 저는 그 도장을 갖게되었습니다. 가끔 장농속에서 이 도장을 보게되면 낡은 가죽의 촉감을 느끼고,
뚜껑을 열어 아버지의 이름을 보고, 그리워하고 그렇게 한 15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러다 제가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두려움 그리고 기대 이런 여러 생각이 겹치고 드디어 도장을 찍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이럴 때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 '하는 생각을 하며 장농 속 도장을 챙기는데 가죽 케이스가 눈에 확
들어 왔습니다. 저는 그 도장을 꺼내들고 도장집으로 갔습니다. 여기에 있는 이름을 지우고 제 이름을 새겨 달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도있었지만 그 후 저는 이 도장으로 모든 결제를 합니다. 웬지 아버지와 함께 생각하고 결정하는 느낌이 있어 불안감이 덜해지곤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제 아들 놈이 이 도장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이 다시 깎이고 그 아이의 이름이 새겨지고 그럴지도 모르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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