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하루 2004. 9. 24. 15:43

I believe

때론 산다는 게 피곤하고 의미 없어도 아직도 내겐 꿈이라는 것이
남아있음을 믿습니다.

어느새 안주의 틀에 갇혀 뛰어오르기를 멈춘지 오래 되었지만 내
허벅지에는 아직도 꿈틀거리는 힘줄이 남아있음을 느낍니다.

어느 방향으로 뛰어오를지를 정하지 못해 지금 주저앉아 있는거라고
그렇게 믿습니다.

하지만 때가오면 뛰어야겠지요.

두팔을 위로 올려 뒤로 최대한 활처럼 몸을 젖히고 팔을 내리며
무릅을 약간 굽혔다가는 으라차차---

날아서 닿는 곳이 어딜지는 알 수 없으나 두 다리가 허공에 떠 있는
그 순간 웃고있을 겁니다.아마도.

아직도 멀리 뛸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음을, 그런 생각만으로도
뛰는 가슴이 있음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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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04. 9. 24. 10:34

소원

아침에 나와보니 은행 잎이 후두둑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소리까지 내면서 떨어지는 은행 잎 후두둑 두두둑.

중1짜리 큰 딸이 그랬습니다. 떨어지는 은행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그래서

아시겠죠? 은행 잎을 잡으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

참 안 잡히더군요. 하긴 쉬우면 소원 운운 했겠습니까?

딸과 함께 노란 은행 잎 눈을 맞으며 이리 저리 뛰는 모습,

딸이 커서 은행잎을 볼 때 마다 이 모습을 그리고 아빠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소원입니다.

전 조그만 은행 잎 하나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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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04. 9. 23. 11:35

아버지



참으로 오랫만에 연필을 만지작거리다 칼을 들어 깎기 시작했다.

육각의 면을 따라 나무를 조각하듯 돌려 깎으니

살폿한 나무 향이 피어난다.

어릴적 향나무 어쩌구하는 연필의 이름이 떠올랐다.

요즘이야 연필심만 갈아넣고 톡톡 눌러대면 일정한 굵기의 글씨를

쓸 수 있지만 어릴적 우리공책은 가는 글씨에서 점차 굵어졌다가

다시 가늘어지는 글씨의 흐름이 있었다.

혼자서 연필을 깎지 못하던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나의 연필은 거의 아버지께서 깎아주시곤 했다.

체구가 자그마하셨던 아버지께서 등을 동그랗게 오무리시고

연필을 깎아주시면 그 모양이 어찌 그리 반듯했던지.....

학년이 높아진 후에도 시험 전 날이면 어느새 연필을 깎아서,

나의 기억으론 5자루 정도였는데, 필통에 가지런히 넣어두셨었다.

이제 돌이켜 보면 당신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며 아들의

연필을 깎아 주셨을까.

아비가 된 지금에야 어렴풋이 그 마음을 느끼며 코 끝이

찡하고 목이 메어온다.

이제 내 곁에서 멀리 떠나신 아버지, 그 분의 몸가짐 만큼

이나 반듯하게 깎여졌던 연필을 가슴에 새기며 내 아이의

필통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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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04. 9. 23. 11:20

어머니



전화가 왔습니다

"너 깻잎 좋으니"

모르실 리가 없는 물음에

"그냥 저.."

"퇴근 길에 가져가거라"

오늘

아들이 보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하루 종일

깻잎 수 백장을 씻고

켜켜로 양념하며

아들이 수 백번

보고싶으셨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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