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하루 2005. 6. 11. 22:12

여유


요즘 놀이터엔 애들이 있으면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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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05. 5. 28. 11:57

사진기

지난주에 디지탈 카메라를 샀습니다. 사진을 하는 (얘네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친구가 요즘 제가 사는게 영 아니다 싶었는지 사진을 권하더군요. 금방 사러 나서질 않으니 하루는 저를 끌고 남대문 수입상가에 가서 제 멋대로 이거저거 정해서 안기더군요. 그래서 요즘 카메라를 배웁니다. 혼자서 책도보고 인터넷으로 보고 . 사진기 구조와 사용 설명서에 매달려 있습니다. 무조건 찍으라는 친구 말은 뒷전입니다. 준비가 되어야 움직이는 건 직업성향이다라고 우깁니다. 그리고 이 사진기 autofocus만 되는 게 아니고 수동도 되고 렌즈도 갈아 끼울수 있습니다. "DSLR" 그렇게들 부르더군요. 고급 사양도 아닌데 백만원 조금 더 줬습니다. 장난감에 돈 많이 썼다고 집사람이 눈치를 줍니다. 제 사진기 자랑을 하려는 건 아니구요 실은 낡은 사진기 얘기입니다.우리집 장농 서랍 안에는 이제는 쓰지 않는 사진기가 하나있습니다. 미놀타.나이는 적어도 45세 이상 금속성 바디에 검은 가죽을 두른 모습이 고풍스럽습니다. 렌즈는 자그마하고 온갖 조작은 모두 수동으로 해야합니다.코딱지 만한 뷰파인더에 이게 사진을 찍을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디지탈, 오토포커스 , LCD 화면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물건입니다. 한장을 찍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순간 포착, 어림도 없습니다.그런데 나에겐 어린 시절 사진이 의외로 많습니다. 흑백이지만 다양한 표정 역동적 움직임 , 여러 순간,기념일 거의 빠짐이 없습니다. 이런 사진기로 한장 한장 찍어낸 순간들. 참 옛날 분들 대단하십니다. 사진하는 제 친구가 수집하겠다며 팔랍니다. 못 팝니다. 이 사진기의 주인은 제 아버지입니다.그분이 떠나신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그래서 내가 보관은 하고 있지만 아직도 주인은 아버지입니다. 난 자식을 사진에 담기위해 순간을 찾고, 기다려서그 순간을 잡아내는. 그런 공을 들일 정성도 자신도 없어 이 사진기의 주인되길 미루고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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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05. 4. 23. 11:11

맛 없는 자장면 [펌]

종로의 한 중국집은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받는다.
그 집에 어느 날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뒤라 식당에서는 청년
하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볶음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다.
할아버지의 손은 험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
말 그대로 북두갈고리였다.

아이는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릇에 자신의 몫을 덜어 옮겼다. 몇 젓가락 안 되는
자장면을 다 드신 할아버지는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는 손자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부모없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모양이었다.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 해 모처럼 데리고
나온 길인 듯 했다.

아이가 자장면을 반쯤 먹었을 때,
주인이 주방 쪽에 대고 말했다.

"오늘 자장면 맛을 못 봤네. 조금만 줘봐."

자장면 반 그릇이 금세 나왔다.
주인은 한 젓가락 입에 대더니 주방장을 불렀다.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 같지 않나?
그리고 간도 잘 안 맞는 것 같애.
이래 가지고 손님들한테 돈을 받을 수 있겠나."

주방장을 들여보내고 주인은 아이가 막 식사를
끝낸 탁자로 갔다. 할아버지가 주인을 쳐다보자
그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자장면이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들러주십시오."

손자의 손을 잡고 문을 열며 나가던 할아버지가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주인이 다시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고, 고맙구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팔을 붙들려 나가면서
주인에게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주인은 말없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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