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하루 2004. 12. 27. 16:32

아버지

크리스마스 이브, 아들에게 축구 공을 사주었다.이미 산타의 환상을 잃어버린 애들.

새로산 공을 갖고 아파트 안에서 어쩌지 못하는 애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찬바람이 코를 때렸지만 우리 둘은 흰 입김을 뿜어대며 달리고, 내 달리고

그러다 그만 발이 엉키고 말았다. 중년의 몸은 중심 회복을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아.. 이 창피함이란. 아들 앞에서 깨지는 아빠의 환상이 두 손바닥에 흐르는

피보다 아팠다.

그리고 30여년전 내게 스케이트를 가르쳐 주신다며 안타시던 스케이트를 타고 나보다

훨씬 많이 넘어지셨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 때 내 아버지는 멍든 엉덩이 보다

아들의 표정에 더 아파하시지는 않으셨는지...

'편안한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 없는 자장면 [펌]  (3) 2005.04.23
남매  (2) 2005.03.31
경동시장을 지나며  (1) 2004.10.30
하얀 아반테  (0) 2004.09.24
I believe  (1) 200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