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하루 2005. 3. 31. 15:46

남매

멀리있는 누이가 생각나서.....

나 어릴 때 저는 눈은 작고 뚱뚱했답니다. 나이차가 제법나는 누나는 저를 업고 골목길을

나갔죠.

아주머니 한 분이 "밀가루 반죽에 눈만 콕 찍었네"라며 지나갔다죠. 누이는 화가나서

들어왔을테고.

아마 그 후로 업고 나가는 일을 없었겠지만 살아가며 다리 앞에 선 동생을 언제나

저렇게 업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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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04. 12. 27. 16:32

아버지

크리스마스 이브, 아들에게 축구 공을 사주었다.이미 산타의 환상을 잃어버린 애들.

새로산 공을 갖고 아파트 안에서 어쩌지 못하는 애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찬바람이 코를 때렸지만 우리 둘은 흰 입김을 뿜어대며 달리고, 내 달리고

그러다 그만 발이 엉키고 말았다. 중년의 몸은 중심 회복을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아.. 이 창피함이란. 아들 앞에서 깨지는 아빠의 환상이 두 손바닥에 흐르는

피보다 아팠다.

그리고 30여년전 내게 스케이트를 가르쳐 주신다며 안타시던 스케이트를 타고 나보다

훨씬 많이 넘어지셨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 때 내 아버지는 멍든 엉덩이 보다

아들의 표정에 더 아파하시지는 않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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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04. 10. 30. 11:43

경동시장을 지나며

요즘 제가 좀 건조합니다. 사는게 말입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매일 다니던 길을 조금 바꿔봤습니다.

원래는 신호등이 없는 강변도로-내부순환로를 다녔죠.

차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주변에 볼 것도 없고 그런 길 입니다.

앞만 열심히 봐야지 곁눈질하다간 큰 일나죠.

하여튼 그래서 시간은 더 걸려도 다른 길을 택했고

그 경로에 경동시장이 있습니다. 오래된 도매 시장과

한약재상이 많은 곳입니다. 편도 3차선 도로중 하나는

불법주차 차량으로 채워져있고 그 안 쪽 차선도 물건

나르는 리어커나 뭐라고 하나요 짐 부리는 바퀴달린 거

그런걸로 복잡하였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거기 사람들을 보았죠.

이른 아침에 길을 막으면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웃고,

그래요 웃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시간에 웃어 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웃어보았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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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하루 2004. 9. 24. 15:58

하얀 아반테

출근 길 이었습니다. 앞에 하얀 아반테가 가더군요.

투명한 가을 햇살에 비치는 순 백색 차.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악세사리로 모양도 내고

그러면서도 선팅으로 가리지는 않은소형차. 소박하고

맑고 청순한, 희고 맑은 피부에 보일 듯 말 듯 살짝 화장한 여인의

느낌이었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에 걸리면서 그 차 옆에

섰습니다. 차창을 열고 있더군요. 흰색 원피스에 생머리를 하고

가늘고 긴 팔과 손가락을 가진 아가씨가 있기를 기대하며

차안을 들여다봤습니다. 약간은 실망스럽게도 30대 후반에

검은 피부 그리고 무채색 옷을 입은 부부가 앉아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손짓을 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수화였습니다.

잠시 신호대기중에 무언가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간간이 웃어가면서요.

저는 선팅한 제 차의 차창에 숨어 오래도록 그들을 보았습니다.

그들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습니다.

하얀 아반테가 참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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